선천성 근육병 딛고 SF작가로… “읽고 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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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택 ‘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

‘가상 키보드’로 하루 1만자까지… 비주류 주목 ‘슈뢰딩거의 아이들’

‘문윤성 SF문학상’ 대상 받기도…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쓰고 싶어”

15일 충남 천안시 자택에서 만난 최의택 작가가 휠체어 높이에 맞춰 부친이 직접 만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그는 “터치스크린이나 음성 인식을 사용하면 오타가 많아 가상 키보드로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천안=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저는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컴퓨터 타자를 못 쳐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죠.”

15일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최의택 작가(33)는 전동 휠체어에 앉은 채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해맑게 말했다. 그는 컴퓨터에 설치한 ‘가상 키보드’로 글을 쓴다. 먼저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가상 키보드의 자음이나 모음에 커서를 놓는다. 이후 왼손으로 숫자가 쓰인 매크로 키보드를 누르면 글자가 입력된다. 마우스를 누를 힘이 없어 특별히 고안한 방법이다.

최의택 작가의 작업 공간. 오른쪽 아래 마우스를 사용해 커서를 움직인 뒤 왼쪽 아래 매크로 키보드(원 안)를 눌러 ‘가상 키보드’에 글자를 입력한다.최의택 작가의 작업 공간. 오른쪽 아래 마우스를 사용해 커서를 움직인 뒤 왼쪽 아래 매크로 키보드(원 안)를 눌러 ‘가상 키보드’에 글자를 입력한다.

설명을 듣고 따라 해봤지만 자꾸 오탈자가 났다. 타자 속도가 더뎌 한 문장을 쓰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방식으로 많게는 하루에 1만 자를 쓴다. 200자 원고지 600장 분량의 소설을 2개월 만에 쓴 적도 있다. 비장애인 작가도 소화하기 힘든 속도다. 그는 “피곤해서 몸이 빳빳하게 굳어도 매일 4시간씩 이런 방법으로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근육병의 일종인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이 앓은 루게릭병처럼 몸이 점점 굳는다. 어릴 적부터 걸어본 적이 없고, 휠체어로 학교를 다녔다. 병세는 빠르게 진행됐다.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힘들어지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이후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에 빠졌다. 그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러다 소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문학소년도, 책벌레도 아니다. 소설을 읽고 쓰는 것밖엔 할 게 없어 문학을 시작했다. 문학이 유일한 삶의 탈출구이자 구원자였다. 정보라 작가(48)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래빗홀·2017년)에 실린 단편소설 ‘안녕, 내 사랑’을 읽은 뒤 2018년부터 공상과학(SF)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손으로 종이책을 들 수 없어 가족의 도움으로 종이책을 스캔해 PC로 읽고 습작했다. 2021년 장편소설 ‘슈뢰딩거의 아이들’(아작·2021년)로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세상에 나왔다.

그의 소설은 비주류에 주목한다. 가상현실 중고교에 유령처럼 등장한 학생들을 다룬 ‘슈뢰딩거의 아이들’은 주류의 시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인공지능(AI) 보육교사에게 돌봄을 받는 자폐아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 ‘보육교사 죽이기’에선 돌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는 “남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회사에 다니지 못해 남들처럼 쓰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소수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SF 작가 70여 명이 소속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로 최근 선출됐다. 그를 비롯해 부대표, 운영이사까지 3명의 간부 모두 데뷔 5년 내 신인 작가들이다. 그는 순수문학계에 비해 ‘문단’ 고리가 약한 장르문학계에서 불거지는 저작권 논쟁 등 창작자 권리 보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그는 “고등학교 자퇴 후 15년을 방 안에 살던 내게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소속 작가들은 소중한 친구들”이라며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동료 작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글 쓰는 일을 계속할까. 그와 그의 어머니 박미서 씨(59)가 담담히 답했다.

“소설 쓰는 일에 중독됐어요. 쓸 수 있을 때까지는 그냥 계속 쓰고 싶어요.”(최 작가)

“어떨 땐 아들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그만 쓰면 좋겠다 싶다가도 쓸 때 즐거워하는 걸 보면 말리지 못해요.”(박 씨)

천안=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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