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라고 다르겠어요” 일하기도, 쉬는 것도 내 맘 같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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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4시쯤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감을 구하기 위해 서울 구로구 새벽인력시장에 모여 들었다. 정진원 수습기자
설 연휴를 맞아 여행객들로 공항이 붐비고, 귀향객들로 도로도 꽉 막혔다. 사람들이 일터를 잠시 떠나는 이 순간에도 일터에 남은 이들은 ‘일하기도, 쉬는 것도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새벽 4시. 건설 일용직 노동자 60여 명은 일감을 찾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 ‘인력 시장’을 찾았다. 어떤 이들은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대신 일거리가 없다며 “안녕 못해”라는 말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4일간 이어진 명절 연휴에 일용직 노동자들은 ‘휴식’보다 ‘일감’이 더욱 간절하다고 했다. 국내 건설업계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요즘 노동자들의 손에 쥘 수 있는 벌이까지 줄어든 탓이다.
 
현장에 나온 구로구청 자원봉사자 A씨는 “건설 현장과 노동자들이 ‘연휴에 일하자’고 서로 합의하지 않으면 보통 공휴일에는 일자리가 없다”며 “이분(일용직 노동자)들도 돈을 한 푼이라도 벌어야 우유라도, 두부라도, 콩나물이라도 사는데 경기가 어려워 쓸 돈이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남구로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이 규제됐고 분양 자체도 안 돼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며 “예전에는 관공서나 공사에 (건축) 인허가 서류가 쌓여 있었는데 지금은 서류 자체가 없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새벽인력시장에 모인 일용직 노동자들은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감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탄했다. 정진원 수습기자지난 8일 서울 구로구 새벽인력시장에 모인 일용직 노동자들은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감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탄했다. 정진원 수습기자
연휴라고 무작정 쉬기에는 삶이 팍팍하다 보니 노동자들은 미리 일감을 구한 이들이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일감을 구하러 온 남동운(54)씨는 “연휴에는 일이 없다. 일해야 먹고 살 텐데 하고 싶어도 일을 안 주니까 일을 못 한다”고 씁쓸해했다.
 
일용직 노동자 김철씨는 “연휴에도 일을 나가고 싶다. 올해는 일자리가 너무 줄어들어서 생활하기가 어렵다”며 “미리 일이 잡혀있는 사람들은 연휴에도 일하러 나갈 것”이라고 부러워했다.
 
다른 노동자 B씨도 “연휴에는 일거리가 없으니까 (인력시장에) 나와도 허탕을 치게 된다”며 “(그래도) 돈 벌려면 일단 나와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물론 일터를 떠나지 못한 이들 중에도 연휴만큼은 일을 멈추고 싶던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연휴가 가까워질수록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대형 마트·면세점 노동자들은 쉬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오늘도 일터를 누벼야 한다.
 
마트 출입문에 붙어 있었던 '마트 휴점일' 안내판. 기사 내용과 무관함. 정진원 수습기자마트 출입문에 붙어 있었던 ‘마트 휴점일’ 안내판. 기사 내용과 무관함. 정진원 수습기자
대형마트는 본사 방침 등에 따라 연휴 중 휴점일, 휴점 횟수 등이 정해진다. 올해 대부분의 마트는 설 당일인 이날과 의무 휴업일인 11일 중 하루는 휴점한다.
 
하지만 마트 노동자들은 법정 공휴일인 명절조차 남들처럼 쉴 수 없다고 호소했다. 대형마트 축산코너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빨간 날에 하루 일하면 원래 1.5배 근로 수당을 받거나 1.5일을 쉬어야 한다”며 “(하지만) 회사와 교섭을 통해 하루만 쉬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1.5일을 쉬지 않고 출근해도 1.5배어치 휴일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사측은 공휴일 근무가 잦은 유통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 규제가 있어 쉬어야 하는 날이 이미 한 달에 두 번씩 정해져 있고, 지자체별로 의무 휴업일을 평일에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마트은 장을 보러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정진원 수습기자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마트은 장을 보러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정진원 수습기자
파견 근로를 나온 면세점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심지어 면세점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다 보니 면세점 노동자들은 설 당일이라도 쉴 수 있는 다른 업종 노동자들을 볼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C(37)씨는 “백화점은 요즘 하루 이틀씩 휴점을 해서 명절 때 가족들이랑 같이 쉰다고 들었는데 면세점 직원들은 이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직원들인데 상황이 다르고, 이 상황을 당장 바꿀 수 없다 보니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허탈해했다.
 
협력업체에 고용된 대부분의 면세점 노동자들은 ‘명절 휴점’을 놓고 원청과 협상할 기회조차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 노동자들이 실제 근무하는 ‘본사’와 이들을 고용한 회사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다른 면세점 판매직 직원 김모씨는 “명절에 쉬기 위해 노동조합과 함께 회사(협력업체)와 교섭을 하면 사측은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면세점 측이 문을 닫아야 쉴 수 있다’고 답한다”며 “그래서 면세점 측에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하면 면세점은 ‘우리는 원청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고 억울해했다.
 
전문가들은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원청업체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휴가 등을 요구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용자가 ‘교섭 책임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라며 “노조법 2·3조을 개정해 원청이 사용자로서 하청 노동자들과 교섭하는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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