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원점으로…"누가 사겠다고 나서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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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의 HMM 인수가 결국 무산되면서 HMM 매각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매각이 시작될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재무여력이 없는 인수자는 나서지 말라는 것”이라며 내년 초로 예상되는 글로벌 해운업계 지형변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인수자로 나설만한 기업이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하림 “경영권 담보 안 해줘”…HMM 노조 “전향적인 결정 환영”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7일 HMM 경영권 이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에 협상 결렬을 공식 통보했다. 앞서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12월 진행된 HMM 지분 57.9% 인수전에 6조4000억원을 써내 동원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매각 측은 “7주간에 걸친 협상 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양측의 협상은 당초 지난달 23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달 6일로 한 차례 연장됐으나 결국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매각 측은 인수자 측이 투자금 회수를 위한 과도한 배당이나 10조원 규모의 현금유보금을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사용하는지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하림 측은 과도한 경영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협상 결렬 이후 하림은 입장문을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HMM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하림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서 우려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인지 업계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인수자금 조달계획이 충분치 않고 재무적 안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하람 측의 인수를 강하게 반대해온 MM 해원연합노조(선원 노조)와 전국사무금융노조 HMM지부(육상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산은과 해진공의 대한민국 해운을 위한 전향적인 결정을 환영한다”며 “해운산업계의 절실한 목소리가 반영된 오늘의 결정은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명운을 바꾼 것”이라고 반겼다.

“재무여력 있는 기업만 나서라는 것”…”매각 나설 기업 있겠나”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적정한 시기 HMM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로 해운업황의 불황실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당분간 HMM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는 좋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공급과잉 등에 따른 해운업 악화가 예상되고 있고, 해운 동맹 재편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등장한만큼 HMM 매각이 추진되던 지난해 말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에는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특정 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선사끼리 운임 등을 협정하는 해운동맹이 있는데 최근 새로운 해운 동맹이 결성되기로 하며서 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현재 3개 동맹은 선복량 기준 1위 MSC(스위스)와 2위 머스크(덴마크)가 속한 ‘2M’이고 3위 CMA CGM(프랑스), 4위 코스코(중국), 6위 에버그린(대만)의 ‘오션 얼라이언스’와 5위 하팍로이드, 7위 ONE(일본), 8위 HMM, 9위 양밍(대만)의 ‘디 얼라이언스’ 등이었다. 그런데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내년 2월 새로운 동맹을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일단 하림과 함께 인수전에 참여했던 동원 측은 재매각 참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해운산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지만 (HMM 재매각 추진시) 다시 참여할지는 어떻게 물건이 나오는지, 또 그 시점이 언제인지 봐야 판단할 수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해운 동맹 재편 등 해운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복잡해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매각이 추진된다고 해도) 동원이 차순위로 참여하는 등의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HMM 매각 여부를) 관심있게 지켜보되 실제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는 (재매각이 추진되는) 시점이 되어봐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하림과 협상 결렬을 통해 매각 측이 사실상 인수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HMM 매각 공고가 나왔을때만 해도 불확실한 면이 많았는데 이번 협상 결렬을 통해서 구체적인 인수 조건이 나왔다고 봐야 한다”며 “사모펀드의 특성상 장기 보유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매각 측이 내건 조건을 보면 사모펀드와 손 잡고 매각은 안 된다, 재무적인 여력이 없이 HMM 인수에 나서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해운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매각 측이 재매각에 나선다고 해도 살 기업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가 전환되면 시가총액이 더 커질 것으로 이렇게 되면 인수가가 더 높아지는 것인데 더 높은 가격에 HMM을 사겠다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하림의 팬오션도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HMM 인수를 추진했던 것인데 HMM이 주력하는 컨테이너선 사업을 갖고 와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은, 재매각 관련 입장 정리해서 HMM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해야”
하림의 HMM 인수 불발로 재매각이 불가피하지만 재매각 추진 시점과 그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배화여대 국제물류학과 구교훈 교수는 “예상되는 해운업 불황과 해운동맹 재편 등 해운업계의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 재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며 “제대로 된 거버넌스와 재무력이 있는 대기업이 HMM을 인수해 HMM의 정상화 및 해운산업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해상법) 김인현 교수는 “해운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정부가 재매각 시기 등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얼라이언스가 HMM에 불리하게 재편 중이고 선박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빨리 재입찰을 부쳐 새로운 매입자를 찾거나 외부 환경이 안정될때까지 매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입장 정리를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협상 불발을 통해서 매각 측이 원하는 인수자의 조건이 정리됐다고도 볼 수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 스탠스가 공유됐다면 7주라는 시간을 버릴 필요도 없었던 것이고 이런 점에서 매각 측의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우조선해양이나 아시아나항공의 전례를 감안하면 인수자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을 추린 후 이들에게 선제적으로 인수의지를 타진하는 등 매각 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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