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86운동권' 적자…임종석의 두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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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을 직접 만난 때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이다. 임종석은 정무 부시장을 맡았다. 박 전 시장의 별명은 ‘미스터 디테일’이었다. 디테일에 강하고 꼼꼼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인데 그의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임종석을 정무 부시장으로 영입한 것은 순전히 대권 때문이었다. 국회에서 세력이 부족했던 박 시장으로서는 그를 필요로 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환상적인 조합은 아니었다. 두 조합은 맞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아이디어가 많아 직원들에게 늘 새로운 과업을 부과했다. 공무원들은 시장의 업무 스타일에 지쳐갔다. 소통이 시장의 장점이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어느새 ‘역소통’이 공무원들을 압박했다. 그때마다 정무 부시장실은 사랑방이 되었다. 공무원들은 시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하소연 했고 임종석은 시장과 조율하며 역소통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그는 갈등을 풀어주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은 대국회 관계 외에 그에게 특별히 임무를 주지 않았다. 부시장 시절 그는 헛헛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결국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 캠프로 옮겼고 문재인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이 됐다.
 

그를 기억하는 두 번째 장면은 2018년 1월 30일에 열린 양정철의 북콘서트 현장이다.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렸던 양정철은 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9개월을 야인으로 떠돌다가 정계 복귀를 알리기 위해 북콘서트를 열었다. 이 콘서트에 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와락 껴안았다. 문 정권 최고 실세들의 포옹 사진이었다. 다음날 조간신문은 두 사람의 포옹을 대서특필했다.
 
임종석은 양정철을 ‘양비(‘양 전 비서관)라고 불렀다. 임종석은 양비에게 “그간 국내에 들어올 때마다 같이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시곤 했다. 많이 외로울텐데 우리 양비가 씩씩하게 버텨줘 감사하다”고 했고, 양비는 “선배랍시고 떠돌아다니고 먹고 살겠다고 책을 냈는데 잘하고 있는지 걱정도 됐을 것”이라며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기에 와도 되나”라고 서로 화답했다. 정권에 힘이 있던 때라 권력구조 변화에 언론은 주목했지만 두 사람의 포옹 장면도 대화 내용도 대단히 어색했다. 현직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복심’의 북콘서트에 온 것도 이상할뿐더러 “코가 삐툴어졌느니, 여기에 와도 되나” 등의 대화를 온 국민 앞에서 드러내야 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2019년 1월 대통령 비서실장은 노영민으로 교체됐다. 임종석은 2019년 11월 돌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정계은퇴를 시사했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 자리도 돌아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해 서울과 평양을 잇는 많은 신뢰의 다리를 놓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정계 은퇴 이유엔 다른 사연이 있다고 수많은 억측이 떠돌았다. 그런 그가 오랜동안의 침묵을 깨고 작년 연말에 갑자기 정계 복귀 선언을 했다. 복귀 선언의 명분은 윤석열 정부를 심판이라고 했다. 86세대 용퇴론도 강하게 비판했다. 86세대가 오히려 윤석열 정부와 싸워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86 역할론’의 깃발을 들었다. 여의도에선 ’86 역할론’보다 검찰이 그를 다시 정치로 복귀시켰다는 해석에 더 무게를 뒀다.
 
민주당에서 임종석의 정치 인생은 주류였고 화려했다. 그는 우상호, 이인영, 기동민 등과 함께 자타가 공인하는 ’86 운동권의 적자’였고 윤영찬, 고민정 등과 함께 ‘문재인의 적자’였다. 민주당에서 두 개의 적자 자격을 가진 인물은 임종석이 유일하다. 적자가 ‘상징’에 불과한 것이라고 겸손해 할 수 있으나, 정치에서 ‘상징’은 큰 파워를 부여한다. 총선에서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임종석은 서울 종로에서 출마할 것처럼 몸을 풀더니 정치적 고향이나 진배없는 서울 중.성동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개인 임종석의 출마는 자유다. 그가 은퇴를 번복했든 말았든 그의 출마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야당에서 임종석의 지위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작금의 민주당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계파 갈등이다. 계파 갈등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이다. 공천 과정에서 크고 작은 계파 갈등을 완전히 해소시키기 어렵지만 민주당에서 꼭 피해야 하는 건 친문과 친명의 전면적인 계파갈등이다. 임종석은 86 운동권 계파를 상징하고 있다. 동시에 문재인 청와대의 계파를 상징한다. 그는 “윤영찬이 당을 나가려고 했을 때 통음을 하며 말렸다”고 고백했다. 그가 “통음하며 말렸다”고 했을 때, 양비와 “코가 삐툴어지게 술을 마시곤 했다”는 언어가 오버랩 됐다. 통음의 뒷자락은 의리와 결속력으로 추정된다.
 
임종석은 싫든좋든 두 프레임의 주인공이다. 첫 프레임은 ‘전 정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분들의 희생’을 요구하면 “문재인 정부가 뭐를 잘못했는가”라고 대응하는 것이다. 두 번째 프레임은 ‘386세대의 물갈이 요구’를 꺼내면 ‘무조건 86 퇴진이 맞는가”라며 반응하는 일이다. 두 프레임의 작동은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늘 방해한다. 프레임의 결속력 또한 놀랍도록 빠르다. 청와대 인사들과 86 운동권의 양보는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전면적 계파 갈등이 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과제인 것이다. 그 양보 요구의 핵심은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지 결코 그들의 공헌을 부정하거나 계파를 허물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동권 적자이자 문재인 정부의 적자인 임종석은 험지에 출마하는 것이 맞다. 정계 은퇴를 번복하는 명분과 실리가 그에게 주어질 것이다. 해당 지역구가 ‘전략선거구냐 아니냐’는 임종석 같은 거물 정치인에게 부차적 문제에 불과할 뿐이다. 임종석이 다시 정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에 보여줬던 ‘갈등 해결사’의 임무를 다시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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