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취업준비생이 급하게 면접 신발이 필요해 당근 직거래에 나섰다가 우연히 만난 따뜻한 판매자로 인해 길거리에서 눈물을 흘린 사연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에게도 감동을 안겼다.

지난해 11월 25일 유튜브 채널 ‘홍섭이의 일기’는 ‘당근 거래 하다가 울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취업준비생인 그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알바)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초등학교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다 신발이 찢어졌다. 당장 내일 아침에 면접을 앞두고 있어 급히 신발이 필요했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직거래 가능한 신발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 장소와 시간까지 정했다. 하지만 약속 장소까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문제였다.

영상을 통해 그는 “여기는 서울처럼 버스가 새벽까지 다니는 게 아니라 막차가 빨리 끊긴다. 신발이 2만5000원이라 택시를 타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라며 1시간 30분 거리를 걸어갔다고 말했다.

사람도 안 다니는 어두운 길에 검은색 바람막이 하나만을 걸치고 걷던 그는 손이 얼 정도로 추위에 떨었다. ‘신발 사이즈가 안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보다 ‘집에 어떻게 가지’라는 걱정이 앞설 정도였다고.

약속 장소에서 마주한 판매자의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요?”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묻는 물음에, 그는 “살 뺄 겸 운동 삼아 걸어왔다”라는 거짓말로 답했다. 돈 아끼려고 걸어왔다는 말은 추위 속에서도 포기 못하는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

판매자는 추위에 떠는 그에게 밝은 곳까지 데려다준다고 제안했다. 한두 번 거절하다 차에 올라탄 그는 창문 밖으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보다가 이유 모를 마음의 울렁거림을 느꼈다.

중간까지만 데려다준다는 말과 다르게 그의 집 근처에 다다르자, 미안하고 고마웠던 그는 신발값 2만5000원이 아닌 3만원을 입금했다. 입금된 금액을 확인한 판매자는 “내가 태워주고 싶어서 태워준 거다. 왜 돈을 더 입금하냐”라며 현금 5000원을 건넸다. 그는 거절하고 빠르게 차에서 내렸지만, 그를 따라 차에서 내리면서까지 돈을 돌려준 판매자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은 그는 멀어지는 차를 계속 바라봤다. 그는 “어둡고 한적한 건널목 앞에서 녹색불 신호를 기다리고 서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라며 “판매자님한테 고마워서 눈물이 난 건 줄 알았다. 그런데 편집하면서 생각해 보니 그냥 요즘 안 좋은 일도 있고, 돈 아끼려고 거기까지 걸어간 것도 그렇고, 좋은 판매자님을 만나서 감사한 마음까지…이 모든 게 합쳐져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집에 도착해 당근 앱을 보니, 판매자님한테 귀여운 이모티콘이 와 있었다. 참 매너 좋고, 마음씨 좋은 분이다. 나도 후기를 썼다”라며 그 글도 공개했다.

“판매자님이 너무 좋은 분이셔서, 이 신발을 신으면 항상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아요. 오늘 너무 감사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30만회의 조회수와 7000여개의 좋아요수를 기록했다. 누리꾼들은 대개 자신의 여의찮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댓글을 남겼다. 이들은 “작은 친절이 결코 작지 않다는 걸 다시 느낀다. 마음이 짠하고 훈훈해진다”, “나도 취준생 시절에 돈 아낀다고 걸어 다니고 먹고 싶은 거 참고 알바하면서 공부한 기억이 떠올라 많이 울었다”, “나 또한 가슴 저리며 살았던 젊은 날 생각에 눈물이 핑 돌더라” 등의 응원을 보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