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키오스크 없는 카페… 대면 서비스의 가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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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최근 키오스크로만 주문하는 카페에 들렀다가 똑같은 커피 한 잔을 추가하는 방법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1분 이상을 키오스크와 씨름한 끝에 무사히 주문을 마쳤다. 그나마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가능했다. 사람에게 주문했다면 “똑같은 걸로 한 잔 더요”라는 한마디면 가능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키오스크나 태블릿PC, 무인 계산대를 설치한 곳들이 많다. 매장 주인 입장에선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도 많아 카페와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영화관, 주차장, 학원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무인(無人) 점포가 늘고 있지만 대면 서비스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중시하는 곳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주문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는 아직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은 대표적 매장 중 한 곳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비대면 주문 방식인 사이렌오더가 있지만 매장 안에 키오스크를 설치하진 않았다. 주문한 커피가 완성되었을 때도 진동벨 대신 직원이 고객 이름(별명)을 직접 불러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고객과 직원이 교감하면서 얻는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웨이’의 저자 조셉 미첼리는 “커피를 파는 여러 다른 장소들과 달리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며 “스타벅스 경험은 직원들이 고객과 맺는 관계 속에서 매일 되살아난다”고 했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는 팬데믹을 계기로 급증했던 무인 계산대를 철수하거나 줄이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 무인 계산대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1만9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잡화 체인 달러제너럴은 절반 이상의 매장에 무인 계산대를 도입했으나 얼마 전부터 이를 축소하고 전면적인 직원 재배치에 나섰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부스도 무인 계산대를 도입했던 28개 매장 중 2곳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무인 계산대를 철수하기로 했다.

이들이 다시 ‘로봇 말고 사람’으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들의 피드백과 내부 평가를 분석해보니 무인 계산대가 주는 인건비 절감과 시간 단축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무인 계산대 관련 손실률은 약 4%로 소매 업종의 평균 손실률의 2배 이상이다. 소액 절도와 고의성 없는 고객의 단순 실수가 손실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여기에 직접 바코드를 찍고 계산해야 하는 고객들의 불만도 이들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다.

점차 심화되는 구인난에 인력 수급과 관리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무인화의 장점은 분명하다. 아마도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 못지않게 직원과 교감할 수 있는 대면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도 적지 않은 만큼 급속한 무인화로 가기보다는 균형점을 찾았으면 한다. 기술에 두려움이 있거나 키오스크를 조작하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매장에 한 명 정도는 대면 주문을 받는 직원을 배치하거나, 업종별로 천차만별인 키오스크의 조작법이나 주문법을 표준화해 조작의 어려움을 덜어주면 무인화 시대에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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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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