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불황에도 브레이크 없는 럭셔리카 인기|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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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최상위 모델인 ‘팬텀 시리즈 II’.

늘어나던 수입차 판매가 4년 만에 줄어들었다.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은 30만1700여 대. 2022년 31만5300여 대보다 4.3% 감소했다. 일본 차 불매 움직임에 인증 문제까지 겹치며 판매량이 28만200여 대로 줄었던 2019년 이후 꾸준히 늘어온 수입차 판매가 지난해 역주행한 것이다.

대표 모델인 ‘E클래스’와 ‘5시리즈’를 앞세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1, 2위를 다투는 연 30만 대의 수입차 시장. 지난해 10월 신형 5시리즈를 내놓은 BMW가 판매량 1위를 탈환한 일이 뉴스라면 뉴스겠지만 수입차 업계는 전반적인 시장 위축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법인 업무용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하면서 법인차 수요가 지난 연말에 몰렸다는 분석도 올해 수입차 업계의 시름을 키운다.

김도형 기자김도형 기자

수입차 판매량 감소에는 경기 침체 속에 고물가, 고금리가 소비 여력을 떨어뜨렸다는 해석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수입차는 판매 가격과 유지비가 아무래도 국산차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수입차와 달리 4%가량 늘었다는 점을 봐도 이 설명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고금리는 자동차 할부 구매에도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 할부 금리가 저금리 시절의 두세 배로 치솟으면 값비싼 수입차 구매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시장에서 질주하는 수입차 브랜드도 있다. 럭셔리나 고성능을 내세운 브랜드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포르셰다. 고성능 스포츠카로 유명한 포르셰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1만1355대. 1년 전(8963대)보다 27% 늘었다. 대다수 모델의 가격이 1억 원을 넘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1만 대 클럽’에 가입했다.

럭셔리카의 끝판왕으로 꼽히는 ‘롤스로이스’도 지난해 한국에서 276대를 판매했다. 모든 차량을 주문 생산하면서 대당 평균 가격이 6억 원을 훌쩍 넘는 브랜드. 절대적인 판매량은 작을 수밖에 없지만 2022년(234대)보다 18%를 더 팔았다. 또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 벤틀리와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도 이 기간 판매량이 각기 775대에서 810대, 403대에서 431대로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가격이 1억 원을 넘는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 7만8208대로 역대 최대였다.

이를 지켜보는 수입차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수입차 양극화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는 수입차 대신 국산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소비자는 초고가 수입차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대중 수입차 브랜드로 꼽히는 폭스바겐은 지난해 판매량이 35% 이상 줄면서 1만200여 대를 파는 데 그쳤다.

불황이 찾아오면 실용적인 소비가 늘어나지만, 한편에서는 초고가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럭셔리카와 슈퍼카를 대표하는 롤스로이스와 페라리는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글로벌 판매 기록을 써냈다.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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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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