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 “집에서 빚는 술 많아져야 전체 술 품질 좋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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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됐든 전문적으로 했든 가양주 형태로 집에서 술을 빚는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5∼10배는 늘어나야 생산(양조업)을 하는 사람들이 바뀔 겁니다. 술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감미료 등을 넘어서 맛을 만드는 양조장에서 좋은 농산물로 좋은 술을 만들지 않을까요.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을 할 수 있는 술이 나올 수 있는 거죠.”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은 수십년 동안 국내 전통주 및 가양주에 대한 현장 조사와 발굴 활동에 전념해온 전통주연구가다. 사라진 전통주 재현과 대중화 운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2015년 전통주 교육을 통한 전통양주 기술보급과 가양주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 서울 전통주연구소에서 만난 박 소장은 술 빚는 사람들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십년 동안 국내 전통주 및 가양주에 대해 연구·발굴해온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은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가 확산돼야 양조장에서도 좋은 농산물로 좋은 술을 빚을 것”이라며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 술이 좋은 술”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주연구소 제공

“소비자가 바꿔가는 양조(술 빚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가양주가 점점 커져 산업화까지 됩니다. 우리나라는 가양주 문화가 사라진 상태에서 희석식 소주(녹색병 소주)가 나왔고, 가격과 품질이 수십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음료는 천연과즙 주스 등이 나오면서 점점 풀질이 좋아지는데 술만 그렇게 안 되고 있습니다.”

 

박 소장은 가양주 문화 확산을 위해 술 빚는 교육을 진행 중이다. 

 

“1999년부터 술 빚기 교육을 하고 있는데, 그때는 지금과 같지 않았어요. 집에서 술 빚는 인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양주에 대한 연구도 안 됐고, 기록도 없어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지역의 가양주를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도 많이 배웠죠. 그 이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술 빚기 교육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과 백종원 요리연구가,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 박 소장은 진에 대해 “올 곧은 자세로 40∼50분 동안 술을 빚는” 우등생으로, 진이 만든 술에도 그의 성격이 잘 담겨있다고 했다. 한국전통주연구소 제공

박 소장의 노력으로 가양주에 대한 대중과 정부 등의 관심이 많아지고, 곳곳에서 술 빚는 법을 알려주는 기관이 생기고 있다. 연예인 20여명도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소개로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진도 그의 제자가 됐다. 박 소장은 “다른 연예인들도 술 빚는 법을 배웠지만 진은 진심인 것 같다”며 “군 휴가 때 들러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술의 상태를 보고 간다. 술이 잘 익었다고 나보고 건들면 안 된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에 따르면 진은 올 곧은 자세로 40∼50분 동안 술을 빚는다. 박 소장이 가르치는 대로 그대로 흡수해 따라한다고 했다.

 

박 소장은 술 빚는 교육뿐만 아니라 술 품평회를 통해 가양주 문화 확산을 노리고 있다. ‘대한민국 명주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충남 예산에서 13회가 진행됐다. 최근에 지역 살리기의 맹주로 부상한 예산군과 협업했다.


“술 빚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양주를 대상으로 하는 대회가 있으면 어떠냐는 요청이 와서 진행하게 됐어요. 지난해는 백종원씨와 예산군의 지원으로 예산에서 진행했는데, 확실히 출품자들이 많아지고 술도 다양해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술 경향에 대해선 “첨가물이 들어간 술이 많아졌다”며 “술 빚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개성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좋은 술이란 무엇일까. 박 소장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술이라고 했다.

 

“부재료가 들어간 술 중에 뛰어난 술은 많이 없어요. 부재료가 들어간 술은 호기심으로 잠시 관심을 끌 수 있어요. 하지만 위스키나 보드카, 백주, 고구마술(사케) 등 세계화된 술을 보면 부재료가 안 들어 갑니다. 진지하게 술을 빚어서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려야 합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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