삵-팔색조가 사는 이곳… 광주 첫 람사르 습지된다|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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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평두메습지’ 등록 요청

현지 실사 후 1년 안에 최종 확정

멸종위기종 등 780여 종 서식하고, 희귀식물도 살아 보전가치 충분

생태관광 통한 경제활성화 기대

광주 북구 무등산국립공원 내 평두메습지. 생물 다양성과 보전 가치가 높아 람사르 습지 등록을 앞두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무등산국립공원에 있는 평두메습지가 광주에서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 등록을 앞두고 있다. 생물 다양성과 보전 가치가 높은 평두메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지역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생태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14일 광주 북구와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가 스위스 글랑에 있는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평두메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평두메습지는 람사르 습지 9가지 등록 기준 가운데 ‘멸종위기종 서식지’와 ‘생명주기 중 중요 단계에서 식물·동물 종을 보유한 경우 또는 악조건에서 피난처를 제공한 경우’라는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람사르 습지는 등록 기준 중 1개 이상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사무국이 현지 실사 등 심사를 통해 습지 등록을 확정하는데, 등록까지는 최소 3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경북 문경시 돌리네습지는 지난해 7월 신청해 7개월 만인 이달 2일 람사르 습지로 인정됐다.

습지란 물이 덮고 있는 등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습윤한 상태가 유지되고 그런 환경에 적응한 생물이 사는 곳을 말한다. 이런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 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으로, 1971년 2월 이란 람사르에서 체결됐다. 한국은 1997년 7월 101번째 가입국이 됐다. 평두메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국내에선 26번째, 광주에서는 최초다. 전남에는 람사르 습지가 신안장도 산지습지, 순천 동천하구, 순천만·보성갯벌, 무안갯벌, 증도갯벌 등 5곳이 있다.

평두메습지는 광주 북구 화암동 충민사 주차장에서 1.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발 240m의 산지형 저층습지다. 과거 경작지였으나 폐경(廢耕) 후 습지 원형이 회복되고 있는 대표적인 ‘묵논습지’다. 무등산국립공원에서 보기 힘든 습지여서 전체 면적 2만2435m² 가운데 사유지를 제외한 7401m²가 2020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습지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 담비, 삵, 팔색조와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소쩍새, 원앙 등 780여 종이 살고 있다. ‘낙지다리’라는 야생화와 벗풀, 개대황 등 희귀식물을 포함해 208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큰산개구리, 참개구리, 도롱뇽 등 다양한 양서류가 집단으로 번식하는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평두메습지는 한때 생태계가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살려냈다. 2020년 집중호우로 물길이 훼손되면서 인근 경작지와 계곡에서 유입된 토사로 습지가 마르거나 땅으로 변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21년 습지 전문가와 자원봉사자, 시민단체와 함께 습지 내 훼손된 구간의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습지 가장자리의 진흙을 다지고 벽을 만들어 물에 의한 침식 등으로 훼손된 서식지의 빠른 회복과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유도했다. 야자섬유를 섬유망체에 균일한 밀도로 채워 통나무 형태로 제작한 식생 롤(roll)을 설치해 습지 내 수분을 저장하고, 수생생물이 정착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습지 내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해 배수로를 내고 생태 저류지를 조성했다.

6개월여 동안 복원에 나선 결과 삵과 너구리가 모습을 드러냈고 수생식물, 곤충, 양서류 등을 먹이로 하는 청둥오리, 원앙, 왜가리 등이 다시 돌아왔다. 큰산개구리의 집단 산란도 확인됐다.

광주 북구와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난해부터 평두메습지의 생태·지질학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증받기 위해 람사르 습지 등록을 준비했다. 문인 광주 북구청장은 “습지는 생물 다양성의 근원지이며 교육·문화·관광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 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지역 생태 관광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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