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들 신도시 재건축 공약 남발… 뒷감당 못 할 ‘공수표’ [사설]|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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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발표한 이후 지역민의 기대감에 편승한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재건축 단지마다 선거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이나 당내 경선을 준비 중인 예비후보들이 가장 먼저 사업을 진행할 선도지구 추가 지정, 재건축 조기 추진 등을 앞다퉈 약속하고 나섰다.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만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달부터 경기 성남 분당, 고양 일산, 군포 산본 등 1기 신도시에서 열린 주민설명회, 간담회에는 출마를 준비 중인 여야 예비후보들이 총출동해 축사를 하고 명함을 돌리기 바빴다. 1기 신도시별 1곳 이상인 선도지구를 더 많이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저마다 약속했다. 선도지구 지정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고, 5월 이후에나 기준이 나올 예정이지만 정치인들이 공약을 남발하면서 선도지구가 되려는 단지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지난해 1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며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10일 정부는 준공 후 30년이 넘으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지난달 31일에는 노후도시 정비 대상 지역을 당초 1기 신도시 등 51곳에서 전국 108곳, 215만 채로 늘렸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치적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설

하지만 정치인들이 약속하는 것처럼 모든 지역이 당장 재건축에 들어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설사 한꺼번에 추진된다고 해도 기반시설 부족, 교통 및 이주대란 등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치인들이 당장의 표만 바라보고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 철도·도로 지하화 등 설익은 공약도 개발 기대감과 집값 상승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자칫 총선을 앞두고 서울 전역이 뉴타운 광풍에 휩쓸렸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없던 일이 됐던 2008년 18대 총선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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