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검댕이 얼굴에만 묻었나’라던 소모적 주장…깊어진 봉사 단체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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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에서 韓 비대위원장 겨냥 “연탄 화장?”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민형배 의원 페이스북 캡처

 

최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의 국민의힘 연탄 나눔 봉사활동 초점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얼굴에 묻은 ‘검댕’으로 맞춰지면서, 봉사의 본질과 상관없는 정쟁까지 일어나 국민을 씁쓸하게 합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 시작으로 보입니다.

 

앞서 민 의원은 국민의힘의 연탄 나눔 봉사가 있던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올린 ‘연탄 화장? 또는 일하는 티 내기?’라는 제목 글에서 연탄 나눔은 ‘이웃’을 생각하는 행위라며, 옷보다 얼굴에 먼저 검댕 묻는 일은 흔치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짓궂은 장난의 대상이 되거나,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만지는 경우는 예외”라면서 한 비대위원장 옷은 깨끗한데 얼굴에만 검댕 묻은 이유를 물은 민 의원은 ‘연탄 화장’이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설을 앞둔 시점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연탄 나눔을 ‘정치적 쇼’를 위한 장식으로 이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민 의원의 메시지로 글은 끝납니다.

 

SNS에서는 국민의힘 비판과 민주당의 근거 없는 지적이라는 날 선 반응이 충돌했습니다. 한 비대위원장 얼굴에만 묻은 검댕 존재를 의심하는 댓글과 ‘현장에서 연탄이나 날라보고 말하라’는 민 의원을 겨냥한 비난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쏟아졌습니다.

 

국민의힘의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연탄 나눔 현장에 있었던 한 관계자가 10일 세계일보에 보낸 이메일의 일부. 이메일 화면 캡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의 본질과 거리가 먼 논쟁에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답답함을 숨기지 못한 듯합니다.

 

10일 세계일보에 보낸 메일에서 이 관계자는 ‘흐르는 땀을 닦거나 내려온 머리카락을 올리던 중 검댕이 얼굴에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일반적인 사례부터 우선 언급했습니다. 연탄을 들고 다니면 길가에 연탄 가루가 떨어지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지게나 수레로 나른 후 연탄이 필요한 집 앞에서 전달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는 구체적인 설명도 있었죠.

 

자세한 얘기를 듣고자 연결한 통화에서 관계자는 “땀나면 장갑 낀 채 손등으로 얼굴을 슬쩍 닦을 때가 있다”며 “자연스레 얼굴에 연탄이 묻는 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얼굴에 묻니 옷에 묻냐는 얘기 자체가 본질을 크게 벗어났다면서 말이죠. 연탄 봉사의 순수성 따지기를 떠나 봉사 본질을 해치는 특정 인물을 향한 일방적인 지적이나 의심은 국민이 바라지 않을 거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덧붙이자면 백사마을 연탄 나눔을 담은 현장 영상 등에서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한 비대위원장에게 은근슬쩍 장난치는 식으로 검댕 묻히는 손길이 잠시 보입니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고조되는 여야 신경전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취약 계층을 위한 봉사활동까지 ‘정쟁’의 결에 끌어들이는 것을 연탄 봉사 해온 이들은 그리 곱지 않게 보는 듯합니다. 이어진 ‘정치인들의 말만 듣기보다는 현장에 있던 사람 얘기도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메일을 보냈다’던 관계자의 부연 설명에서도 그 속마음이 또렷이 느껴졌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2월이면 ‘연탄 보릿고개’가 시작된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알아주면 좋겠다던 대목에서 이 관계자의 어조는 다소 바뀌었습니다. 직전까지 비판이었다면 이제는 ‘간절한 부탁’에 가까웠죠.

 

매년 10월쯤 시작되는 나눔으로 연탄 받는 가정에는 상대적으로 추위에 더 약한 어르신이 많고, 벚꽃 피는 이듬해 4월까지도 연탄 피우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연탄 때는 집에서는 보통 하루 5장 정도를 쓴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많아도 500장 넘게 보관할 수 있는 집이 드물어서, 이듬해 1월 중순쯤이면 연탄은 자연스레 떨어진다는 얘기가 됩니다. 어르신의 체감 추위가 누그러진다고 볼 수 있는 4월까지 연탄 수급 공백이 생길 수 있어 이때 추가 도움이 필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연말을 앞둔 연탄 나눔도 중요하지만 ‘연탄 보릿고개’를 고려한 2월쯤 추가 연탄 나눔과 기부의 중요성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연탄 나눔은 연말을 앞둔 ‘일회성 이벤트’에 가까운 게 현실입니다.

 

국민의힘과 백사마을 연탄 나눔 그리고 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에서 민주당과도 연탄 나눔을 펼친 봉사단체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연탄은행)’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약 1800가구가 매년 겨울 연탄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2년마다 자체 조사를 진행해온 연탄은행은 지난해 기준 전국 7만4000가구 정도가 연탄 때는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6개월간 매일 6장 연탄을 피운다고 했을 때, 전국에서 필요한 연탄은 약 8000만장입니다. 연탄 한 장 평균 가격이 850원이니 금액으로 치면 수백억원 규모입니다. 연탄은행 나눔 봉사에 쓰이는 연탄은 사실상 후원금으로 충당하며, 다른 봉사단체들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겨울철 연탄 나눔 봉사를 둘러싼 ‘얼굴에만 검댕이 묻고, 옷에는 왜 안 묻었냐’라는 식의 소모적인 비난을 보는 봉사 단체 관계자의 ‘한숨’ 그리고 ‘매년 2월이면 연탄 보릿고개가 온다’던 설명은 설 연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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