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진짜 목적은?[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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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들어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돌면서 시민들을 만나고 정책을 이야기하는 건 당연하고 또 바람직한 행보인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어떤 대목에서 그런 눈초리를 받고 있는지, 권영철 대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새해 들어서만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열 번 넘게 현장을 다니고 있는데, 윤 대통령이 처음 하는 시도인 건가요?
   
◆권영철> 그렇다기보다는 과거 정부에서도 해마다 부처별로 새해 업무보고를 했죠. 윤석열 정부에서는 올해 들어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건데요.
   
  1월 4일 경기 용인을 시작으로 설 연휴 이전에 경기도 7차례, 서울 세 차례 수도권에서만 10차례 열었습니다.
   
연휴가 끝난 첫날인 어제는 부산에서 ‘민생토론회’를 열었는데 앞으로는 ‘지방시대’ 를 주제로 비수도권을 돌 예정이라고 합니다.
   
민생토론회는 부산을 빼면 서울, 경기 용인·성남·고양·수원·의정부·하남시에서 열렸습니다.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입니다.
   
◇정다운> 설 연휴 이전에는 수도권에 집중했고 연휴 이후에는 지방순회에 나선다는 거네요. 어제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가 비수도권으로는 첫 행사였는데, 어떤 얘기들이 나왔나요?
   
◆권영철> 수도권 집중을 타파하고 지역 균형발전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는 훌륭했습니다. 그렇지만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부산, 울산, 경남권 공약을 발표하는 장소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부산을 남부권 중심축이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2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며, “이를 통해 부산을 글로벌 물류, 금융, 첨단산업 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부산을 글로벌 물류·금융·첨단산업 거점도시로 만들기 위한 금융물류특구·투자진흥지구 지정 및 입주기업 재정·세제 지원 강화, 산업은행의 조속한 이전 등 부산 지역 공약을 쏟아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및 복합물류 트라이포트 조성, 북항 재개발, 센텀2지구 개발, 경부선 철도 지하화, 구덕운동장 및 사직야구장 재개발 등 부산 현안들을 차례로 언급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말은 ‘민생토론회’였지만 쏟아낸 정책들은 민생보다는 선심성 공약이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방시대 민생 토론회 마무리 발언.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지방시대 민생 토론회 마무리 발언. 연합뉴스
◇정다운> 구체적으로 어떤 대목이 비판받았던 건가요?
   
◆권영철> 민주당 서은숙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부산을 다녀갔습니다. 신년기자회견은 KBS 단독 대담쇼로 대체하더니,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라는 핑계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습니다”면서, “부산어린이병원 건립을 지원하겠다, 사직구장과 구덕운동장을 재건축·재개발하겠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발표할 만한 총선공약을 대통령이 대신하고 갔습니다. 공직선거법을 우습게 아는 윤석열식 관권선거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개혁신당의 이낙연 공동대표는 오늘(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등 부산지원책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119대 29로 참담하게 실패한 것을 만회하려는 듯한 노골적 선거개입”이라면서, “더욱 나쁜 것은 정부여당이 상충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다운> 정부 야당이 상충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권영철> 이낙연 대표의 말인데요. “윤 대통령은 부산에서 수도권 집중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김포-서울편입 등 서울 메가시티를 추진 중”이라는 겁니다.
   
이 대표는 “여당은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하고,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으니 이렇게 엉성한 기획을 어느 국민이 진짜라고 믿겠나”라고 비판한 겁니다.
   
◇정다운> 이번 부산을 포함해서 11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정책들이 주로 어떤 것들이기에 ‘선심성 공약’이니 ‘선거개입’이니 하는 비판을 받는 건가요?
   
◆권영철> 표를 다시 보시죠. 민생토론회의 주제가 민생경제, 주택, 반도체, 상생금융, 교통격차 해소, 디지털·국민권익 보호, 의료개혁, 늘봄학교,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키워드로 나흘에 한 번꼴로 열렸습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그런데 말은 ‘민생토론회’지만 ‘민생’도 ‘토론’도 실종된 선심성 정책들만 쏟아져 나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1월 4일 첫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떠들썩하게 발표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맹탕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설비·연구개발(R&D) 투자기업들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나, 비수도권 개발 부담금 완화, 소비증가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영세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 대부분 효과를 알기 어렵고, 세수만 깎아먹는 대책들이었습니다. 대부분 대기업과 자산가들을 위한 부자감세인데, 이를 투자 활성화니 내수 살리기니 이렇게 포장했습니다.
   
1월 10일 두 번째 ‘민생토론회’에서는 전국 신축 소형주택과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여러 채 사들이더라도 양도소득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 산정’에서 빼주는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돈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 걱정 없이 집을 사게 해 부동산 경기를 띄우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이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같은 재탕 정책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쏟아 내고 있는 상당수 정책은 국회 입법이 필요합니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추진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얘깁니다. 또 재원마련 대책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빌공자 공약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다운> 선거를 앞두고 있지 않았다면, 실현가능성을 떠나서 대통령의 정책 추진 의지 정도로 읽혔을 텐데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이런 행보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거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정책 홍보를 하고 있으니까, 특히 부산 지역 같은 경우는 상당히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명시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선거를 앞두고 지역을 돌면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 건선거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대통령이 경기도를 7번이나 오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4번씩 와서 총선 후에는 대부분이 사라질 그런 빌 공자 공약 내지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상당히 걱정과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2월 5일 기자회견)
   
◇정다운> 그런데 이런 행보가 처음은 아닌 것 같아요. 선거 때만 되면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논란이 됐잖아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건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63일간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했지만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탄핵사유가 됐던 겁니다.
   
노 전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은 언론인들과의 대화에서 한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총선 57일 전인 2004년 2월 18일 청와대에서 경인지역 언론사와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당시 노 대통령은 “개헌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2004년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총선 전망을 묻는 패널의 질문에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선거개입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당명을 언급하거나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이 사라졌습니다. 말 그대로 주어와 목적어가 사라졌지만 노골적인 선거개입으로 의심받는 행위가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말에서 행동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정다운>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요?
   
◆권영철> 이명박 정부는 출범 두 달 뒤에 총선이 예정된 상황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부처별 업무 보고 목적으로 전국을 순회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방문 지역마다 문제 있는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국무총리가 강원도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고 했고, 전북에서는 “군산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했습니다. 경북 구미를 방문해서는 구미 공단의 확대와 관련한 선물을 주겠다고 했고, 대전에서는 지역 숙원 사업 조기 착공 검토를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진박공천’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골적인 후보지원 의혹을 사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발언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 또는 청와대 수석을 역임한 대통령의 참모들은 줄줄이 대구·경북 지역 출마를 선언했고, 이들은 박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통령은 함께 사진을 찍은 후보들이 출마한 곳을 직접 방문하거나 직접 손을 맞잡았습니다.
   
당내 비박계에서조차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였습니다.
   
◇정다운> 야당에서는 이미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오늘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런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영교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85조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민주당 관권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를 정밀하게 검토해서 윤 대통령과 관련 공무원들의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공직선거법 제85조에 ‘공무원,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사람이 직무와 관련해서 또는 지위를 이용해서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에는, 이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며,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은 공소시효가 10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하기 쉽게 말씀을 드리면, 이재명 도지사가 평소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선거 때 다 돼 가지고 연천군 가서 이것 하겠다, 시흥시 가서 이것 하겠다, 이렇게 발표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일까요, 아닐까요? 저 같으면 이미 구속되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국정수행을 위해 과반이상 의석 확보가 필수적이니까 노골적으로 선거개입 하려고 나서지만 역풍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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