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병립형 등 넉달 갈팡질팡… 총선 65일앞 도로 “준연동 유지”|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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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위성정당 총선]

이재명, 당초 ‘병립형 회귀’ 추진

야권 원로-현역 80명 반발 이어지자… ‘범야권 결속 더 중요’ 판단한 듯

與도 시간만 끌다 위성정당 창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며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발표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부터 선거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4개월간 오락가락 행보를 반복해 왔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통한 다당제 실현”을 공약했던 그는 현행 ‘준연동형’ 유지와 과거 ‘병립형’ 회귀 사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갈팡질팡 행보를 보여 왔다. 이 대표가 결심하지 못하자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는 선거제 결정을 위한 전(全) 당원 투표를 시도하다 당 안팎에서 “무책임하다”는 거센 반발이 일자 철회하고 2일 당론 결정을 이 대표에게 위임했다. 이 대표는 결국 총선을 65일 앞둔 5일에야 현행 유지 방침을 확정했다. 국민의힘도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는다면 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거대 양당이 시간만 끌다가 선거에 임박해서야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게임의 룰’을 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30일 선거제 관련 첫 입장을 밝히며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당시 사실상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연동형’을 촉구하던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 등 야권 원로들과 현역 의원 80여 명의 반발이 이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말연초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탈당이 이어지면서 이 대표로서도 더 이상의 야권 분열은 어렵다는 판단에 다시 준연동형으로 기우는 듯했다”고 했다.

그러다 올 초 들어 이 대표는 총선 목표로 “151석, 단독 원내 1당”을 제시하며 다시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실었다. 야권 연합이 아닌 민주당 단독으로 원내 1당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친명계도 “‘병립형 비례제’를 유지해야 이 대표 중심의 비례대표 공천이 가능하고,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선거제 퇴행”이란 비판을 고려해 국민의힘과 전국을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 3개 권역으로 나눈 뒤 비례의석을 정당별 비례득표 비율대로 나누는 방안에 대해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려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공을 넘겨받은 이 대표가 결국 ‘준연동형 유지’를 택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차기 대선까지 바라본 표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2대 총선에서 원내 입성을 목표로 하는 범야권 세력과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이들과의 연합이 필요한 이 대표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했던 만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범야권 결속이 더 중요해졌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은 이 대표에게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 세력까지 한데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풀이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예방 후 이어진 최고위원들과의 만찬에서 사실상 결론을 내렸음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 주류였던 분들의 생각이 (준연동형 유지) 흐름이었기 때문에 그걸 혼자 (원점으로) 되돌리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5일 오전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왜 5000만 국민이 이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5일 오전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왜 5000만 국민이 이 대표 한 사람의
기분과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우리 당 입장은 대단히 단순하고 선명하다. 왜냐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병립형으로 국민들의 민의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선거제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내내 병립형을 주장한 자신들의 입장을 민주당에 설득하는 정치력을 보이지 못했다. 선거제 문제를 “플랜B”라며 준연동형 유지 시를 대비해 자체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을 준비해 왔다.

22대 총선

또 ‘48cm 투표지’ 위성정당 총선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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