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무죄’ 판결문 보니 “국민연금·엘리엇도 삼성물산 주식 팔았다”|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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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2.5/뉴스1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이 3년에 걸친 재판 끝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는 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위법·부당하게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경영권 안정화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검찰 “이재용 위해 모직 고평가 시기 선택” 주장했지만

13일 <뉴스1>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제일모직을 고평가하고 삼성물산을 저평가하는 방식으로 이 회장에게 합병 이익이 돌아가게 했다는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미전실)이 모직의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물산에 불리하고 모직에게 유리하게 합병 시점을 선택했다고 봤다. 또 모직 상장으로 인해 ‘지배구조 개편의 피해주’라는 인식이 반영돼 물산 주가가 눌려 있던 시점에 합병을 진행, 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지난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직 상장 이후 이 사건 합병 이사회 당시까지 모직 주가는 상승 추세였고,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역시 지속적으로 상향하고 있었다”며 “합병 무렵 모직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및 차세대 사업인 바이오사업의 성장성 등 모직의 주가가 상승할만한 여러 요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모직 주가가 상장 직후 급등했던 이유는 당초 공모가가 낮게 산정돼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모직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산 저평가’ 주장도 인정안해…“건설업 하락세”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2021.2.25 ⓒ 뉴스1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2021.2.25 ⓒ 뉴스1

재판부는 또 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합병 전 물산 주가가 하향세였고 증권사들도 2014년 10월경부터 물산에 대한 목표주가를 지속적으로 하향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그 무렵 물산은 기관투자자 순매도 1위 종목을 기록할 정도였다”며 “국민연금도 2014년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총 3357억원어치 물산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외적으로 물산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던 엘리엇 역시 2015년 4월하순경 자신들이 보유하던 물산 주식 1516억원 상당을 블록딜 방식으로 대량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물산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건설사들의 주가가 실적 악화로 전반적으로 하락추세였다는 점을 꼽았다.

당시 삼성중공업이 2013년 1분기에서 3분기동안 약 1조원의 영업손실을 인식했고, GS건설도 2013년 1분기 5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공시하고 주가가 급락했다.

물산도 2014년 4분기에 10년만에 영업실적이 적자 전환했고 2015년 1분기에는 시장 예상의 3분의1에 불과한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2015년 상반기 동종 건설사들의 주가가 상승했다”며 “물산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 2015년 상반기 다른 건설사들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좋았던 것은 사실이나 이는 국내 부동산 경기가 호조세를 보일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물산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줄여오던 추세였고, 해외에 프로젝트가 집중돼 있었다”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내 부동산 경기 호조에 따른 수혜를 입기 어려웠던 만큼 주가가 상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다른 건설사들도 2015년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 그해 말까지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항소 기한이 13일까지였지만 설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항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 있어 사실인정과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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