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첫 실형…’문건 삭제 지시’ 경찰 징역 1년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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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태원 참사 직전 서울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경찰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前)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 대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 배성중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증거인멸교사,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선고는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에서 처음으로 관련 공무원에 대한 판결이자 실형이 선고된 사례다.
 
재판부는 박 전 부장에게 지시를 받아 용산경찰서 직원들에게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김진호 전(前)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김 전 과장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삭제한 곽영석 전(前) 용산경찰서 정보관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3년, 선고 유예를 선고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 등 문건 4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10.29 이태원 참사는)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처음 맞는 핼러윈 축제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에 모였다가 좁은 골목에 인파가 집중되면서 희생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조직들이 맡은 바 임무를 충분히 다했는지,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 이 사건을 진상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데 사회적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임무로 하는 경찰에 대한 수사와 감찰이 개시됐다. 경찰 조직의 일원들인 피고인들은 이와 같은 수사와 감찰에 성실히 협조할 책임이 있다”며 “반대로 정보기능 내에서 사고 이전에 작성된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고 이행했다. 전자기록을 임의로 파괴하고 이태원 참사 관련 형사사건과 징계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 그 자체로 보더라도 공무 지장을 초래하고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진상규명 및 책임소재 파악에 대한 전국민적 기대를 저버려 사건을 은폐 축소함으로써 엄중한 책임을 물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태원 참사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태원 참사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 기자
특히 박 전 부장에 대해 “사고 직후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를 파악하기보다는 사고 책임 소재가 경찰에 향할까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불행한 사고를 기회로 삼아 경찰 조직의 업무가 사고 이전보다 유리하도록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삭제한 정보보고서가 4건에 불과해 아주 많은 양은 아니었고, (보고서가) 컴퓨터 파일 형태로 남아있거나 복원돼 수사기관에 의해 확보돼 실제로 공무에 방해된 정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실형을 선고받은 박 전 부장은 지난달 19일 부서 내 경찰관들에게 핼러윈 대비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해 업무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 1개를 삭제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게 각각 징역 3년, 곽 정보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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