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버려” 잡동사니와 동거…왜 이렇게 버리기 아까울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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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끼고 사는 사람들의 심리

마음(心)속 깊은(深)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살면서 ‘도대체 이건 왜 이러지?’ ‘왜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될까?’ 하고 생겨난 궁금증들을 메일(best@donga.com)로 알려주세요.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지저분한 것은 싫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도 아깝다. 쓸모없는 물건이라도 버리기로 결심할 때마다 찝찝하고, 죄책감마저 든다면 ‘절대 낭비하면 안 된다’는 강박적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게티이미지뱅크

“멀쩡한 것을 어떻게 버리나.”

60대 주부 김정선 씨(가명)는 최근 20년 넘은 김치냉장고를 두고 딸과 다퉜다. 새로 산 김치냉장고가 배달되던 날, 김 씨가 기존 냉장고를 버리지 않고 베란다에 두겠다고 고집한 게 빌미가 됐다. 딸을 비롯한 가족들은 소음이 심하고 전기 효율도 떨어지는 낡은 냉장고는 당장 버리자고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아깝게 왜 버리느냐”고 버럭한 뒤 베란다 한켠에 자리를 마련했다. 그곳에는 이미 낡은 믹서기부터 선풍기, 청소기, 러닝머신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집안 곳곳에는 김 씨가 모아 둔 책, 신문, 장식품, 종이가방 같은 잡동사니로 가득하다.

김 씨처럼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까워서” “멀쩡한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요즘처럼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라도 함부로 버리기 아까운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오래 사용해 추억이 깃든 것이라면 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짐을 정리하고 싶어도 물건을 버리는 일이 괴롭게 느껴지고, 뭘 버릴지 결정하지 못해 한 없이 정리를 미루는 수준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게다가 잡동사니로 인해 가족들이 불편해한다면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 가족들에겐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물건으로 여겨져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잡동사니를 끼고 살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왜 이렇게 아까운 게 많고, 마음이 쓰여 버리지 못하는 게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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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프로스트 미국 스미스대 심리학과 교수가 인위적으로 연출한 저장장애의 1~9단계 수준. 윌북 제공랜디 프로스트 미국 스미스대 심리학과 교수가 인위적으로 연출한 저장장애의 1~9단계 수준. 윌북 제공

아직 병리적 수준이 아니라면 당연히 희망은 있다. ‘저장장애’의 저자 유성진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일상에서 쉽게 시도해 볼 만한 방법으로 ‘선입선출’ 원칙을 추천했다. 유 교수는 “물건이 생활공간을 침범해 본래의 기능대로 공간을 쓰지 못하는 것이 저장장애의 핵심적 문제”라며 “새로운 물건을 들여놓는 경우 기존 물건을 버리는 원칙을 지키는 ‘선입선출’ 규칙으로 물건 총량을 제한하는 방법이 특히 실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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