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죽음으로 삶을 완성할 수 있다면|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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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진 마모레오, 조해나 슈넬러 지음·김희정 옮김/372쪽·1만9800원·위즈덤하우스

‘있는 힘껏 사는 것’과 ‘최선을 다해 죽는 것’ 사이의 위계는 없다.

이 같은 내용을 다룬 책은 캐나다에서 45년간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다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한 한 의사가 썼다. 의료 조력 사망은 의료진과 약물의 도움을 통해 이르는 사망을 뜻한다. 10여 개 국가 내 30여 개 자치구에서 허용되고 있다. 저자는 “의료 조력 사망은 누군가의 삶을 앗아가기 이전에 삶을 돌려주는 행위”라며 삶을 열심히 살아냈으나 통증과 외로움 끝에 죽음을 의지적으로 결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책은 죽음을 자기 결정의 영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통증이 일상을 잡아먹고 혼자선 움직일 수 없게 된 환자 애슐리는 자신을 위해 커리어를 포기하는 엄마를 본다. 애슐리는 삶의 통제권을 되찾고, 엄마에게 인생을 돌려주고자 죽음을 결심한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의료 조력 사망을 선택하지 않는다더라도 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의지를 행사할 수 있는 도구, 상황을 장악할 수 있다는 안심, 심지어는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각자가 겪는 고통의 정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대목은 ‘너만 힘든 거 아니다’란 암묵적 윽박에 지친 현대인에게 위로를 주기도 한다. 겉보기엔 훤칠하고 재치 있지만 근육위축증을 앓았던 인물 소어는 ‘기저귀를 차기 전’ 죽기를 원했다. 저자는 “삶을 직접 제어하길 원하는 환자의 소망은 의사의 의무와 부딪힐 때가 있다. 그러나 심리적 고통은 매우 개인적인 감각이고 그 정도는 본인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을 부지하는 것이 미덕인 한국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준다. 유교 문화가 뿌리 깊은 사회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건 여전히 부도덕하고 논의조차 금기시된 일이다. “좋은 죽음은 환자가 세상과 맺어온 관계가 느껴질 경우다. 즉, 생전 외롭지 않고 각종 지원 체계가 충분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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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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