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대신 재배치…한동훈式 느린 공천, 수도권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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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지역구 공천을 위한 후보자 면접을 시작하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이기는 공천’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는 대명제 아래 당 지도부는 더불어민주당의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과 친(親) 이재명계 의원들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수도권 험지를 중심으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재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부산·경남 지역의 재배치가 순조로웠던 것과 달리 당세가 더 약한 수도권은 중량급 인사의 차출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적인 사례가 이날 있었던 신경전이다. 서울 양천갑에 공천을 신청한 조수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은 ‘지역 단합’ 문제로 면접장에서 설전을 벌였다. 서울 중·성동을에 도전장을 낸 중량급 인사들인 이영 전 장관, 하태경·이혜훈 전 의원 등은 당의 수도권 험지 차출 요구를 거절하고 출마 강행 의사를 피력했다.

비록 ‘경선’ 원칙이 ‘시스템 공천’의 겉모습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탈당’, ‘쌍특검’ 등을 염두에 둔 만큼 시기적으로 지나치게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경선에 앞서 공천 신청자 간 다자구도가 이미 들어선 지역에선 “교통정리를 기다리는 와중에 이미 지역 조직은 분열 중”이라는 볼 멘 소리가 흘러나온다.

與, 이재명 측근·운동권 겨냥 “서울 중량급 지원자들 재배치”

국민의힘 공관위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공관위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은 13일 서울에 이어 14일 경기권과 인천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실시한다.

앞서 국민의힘은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중진 3명(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을 부산과 경남 지역에 재배치하면서 컷오프에 따른 즉각적인 반발을 상쇄하는 한편, 민주당과의 대립 구도를 강화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여당이 전제 121석 중 17석만을 보유한 곳으로, 민주당의 세(勢)가 강하다. 수도권도 같은 방식으로 재배치하겠다는 방침인데, 당선 가능성이 PK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그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당 지도부에서는 수도권에 컨셉형 전략공천을 구상 중이다. 경쟁력·확장성·신속성을 화두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당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지역구는 전략공천 지역으로 삼겠다는 것.

타당 후보 대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이거나 1위 후보 지지율이 2위 후보보다 2배 이상인 경우 등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경선을 치러야 하지만 공관위 재량으로 재적 3분의 2 이상 의결만 있으면 전략공천이나 단수추천이 가능한 상태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어느 후보가 (컨셉에) 더 잘 맞을지 면접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인지도가 높으면 비호감도가 높은 경우가 있어 확장성이 없는 후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86(운동권) 심판론’을 꺼내든 만큼 이같은 메시지가 가장 잘 통할 지역구가 전략공천이나 단수추천 지역으로 거론된다. 운동권 출신 민주당 후보들이 현역이거나 출마를 준비 중인 중·성동구와 서대문갑, 구로갑·을, 중랑을, 강북갑 등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종로나 서대문갑에 배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과 이영 전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하태경 의원이 동시에 몰린 중·성동을도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지역구 재배치를 언급한 곳이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영환 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동일한 지역에 중요한 우리 인력들이, 지원자들이 몰린 경우에는 좀 재배치를 해가지고 경쟁(해서) 승리해야 될 것 같다”며 “특히 서울 지역에 그런 부분이 좀 있을 것 같다. (중·성동을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경선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도부 내에서는 격전지에서 내전이 과열될 경우 본선에서 ‘제살 깎아먹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미 당 지도부에서는 일부 후보에게 수도권 내 다른 지역구를 권유했다고 한다.
 
결국 정 위원장은 이날 퇴근길 인터뷰에서 서울 중·성동을에 대해 “거기는 나중에 경선으로 가야 되지 않겠나. 세 분 다”라며 “지역 조정이 안 되면 경선이다. 경선으로 갈 가능성이 거의 99%”라고 말했다.

경기도 중에서도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이 포진한 지역구 역시 전략공천이 가능하다. 민주당세가 유독 강하면서 친명계 의원들이 현역인 경기 오산과 수원을, 성남, 시흥, 고양 등에는 눈에 띄는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없기도 하다. 해당 지역에 장·차관 출신이나 현역의원 등 중량감 있는 후보들을 재배치하는 것이 본선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등 ‘용핵관’과 ‘검(檢)수저’ 역시 활용될 수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면접을 마친 뒤 “고양이나 수원, 용인 등도 출마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듭 말하지만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경기도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기득권 중 기득권”이라며 “경기도에 아쉬운 지역이 많은데 이 전 비서관 같은 자원이 온다면 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험지 없이 전원 현역인 TK…’공천 잡음’ 최대 뇌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잦아들지 않는 공천 잡음 역시 한 비대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 강서을에 공천을 신청한 김성태 전 의원이 ‘부적격’ 판정에 따라 배제되면서 반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공천 잡음은 영남권 ‘텃밭’ 공천 과정에서 확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당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짜여진 각본을 시스템 공천이라고 우기면 차후 당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할 사람은 없어진다”며 “황교안 전 대표 때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다가 참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인 TK(대구·경북) 중진 재배치와 ‘용핵관’들의 교통 정리도 난제다. TK 중진은 주호영(4선) 의원(4선)과 윤재옥·김상훈 의원(3선) 등 중진들의 숫자가 적은 데다 ‘낙동강 벨트’와 같은 험지가 없다. 주로 초선이 모여있고, 인접 지역구로 교통 정리할 곳도 여의치 않다.

이에 당 지도부는 지역구 재배치보다는 하위권 의원들에 대한 컷오프 또는 불출마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컷오프 기준인 하위 10% 뿐만 아니라 당 지지율보다 의원 개인의 지지율이 낮으면 공관위원 3분의 2 의결로 전략공천 지역구로 지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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