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양보 없는 의료계 vs 정부…연휴 직후 ‘의료대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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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사고수습본부장)이 설 연휴 마지막날인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5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의료계 안팎에선 ‘의과대학 정원 2천 명 증원’의 여파로 의(醫)-정(政)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대학입시부터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를 확충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지난 6일 공식화되자, 곧바로 ‘총력 투쟁’을 천명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연휴 첫날 일찌감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오는 15일 전국적인 총궐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인턴·레지던트)도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의대 확대 발표 직전, 이미 88.2%(수련병원 140여 곳·전공의 1만여 명 대상 설문)가 단체행동 참여 의향을 보였다고 밝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밤 임시 총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장관 명의 호소문을 통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의료계의 반발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의사를 노예화하고 있다” 등의 격양된 발언들도 잇따르고 있다.
 

“규제·탄압으로 의사 움직이겠다?”···政 ‘기득권 프레임’에 반감

 
지난 6일 오전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발표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이필수 의사협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 6일 오전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발표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이필수 의사협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의료계에서는 의대증원 추진 강행부터 ‘엄정 대응’을 강조하며 집단행동을 범죄시하는 메시지까지 ‘강경 일변도’인 정부의 태도에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대 증원 관련 대정부 투쟁을 이끌 의협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이건 잘못됐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가 후속조치로 내놓는 다양한 ‘겁박’들에 대해서는 더욱더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여기가 민주공화국인지 사회주의 국가인지를 모르겠는 정도”라며 “저희 입장에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위해 목소리도 내야 되지만, (정부가) ‘규제와 탄압’으로 의사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날 조규홍 복지장관이 복지부 공식 SNS(페이스북·인스타 등)로 올린 ‘전공의들께 드리는 글’을 두고는 “병(病) 주고 약(藥) 주는 격”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은 이 글에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전공의들의 ‘지속가능한 일터’를 만들기 위함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삶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본인의 삶도 함께 찾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의사 수 확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결국은 의대 증원을 통해 (필수의료 위기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편적 발상”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례도 없다. 어떻게 정원의 65% 이상을 한 해에 바로 늘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지난해 대학별 수요조사 및 현장검증을 거쳐 제반 여건을 모두 확인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의대 학장들을 통해 받은 것(수치)도 있지만 대학 본부로부터 받은 게 (더) 많다. 본부 입장에선 학생 수가 늘어남으로써 재정 운용이 가능하기에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과하게 부풀려 수요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저희들은 늘 환자 곁을 지키며, 이들이 아플 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진료에 최선을 다해 왔다”며 “왜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한다는 기득권 프레임으로 억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2천 명↑, 해도 너무해”···대전협, 오늘밤 총회서 대응방향 논의

 
연합뉴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 2020년 당시 의대 증원을 무산시킨 주축인 전공의들도 대체로 비슷한 의견이다. 당초 의대별 증원수요 조사 등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대전협은 ‘2천 명’이란 확대 규모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2천 명은 해도 너무 지나치다”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확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집약적인 보건의료 분야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수요 예측 및 수급계획이 필수적이나, 정부가 제시한 수치에는 이 고리가 누락됐다는 지적이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연구를 인용해 10년 후 부족인력으로 내다본 ‘1만 5천 명’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짚었다.
 
대전협은 역시 정부의 근거자료로 활용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연구 또한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소아청소년과·외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의 업무량이 낮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등 설계 과정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때문에 별도 기관(HRSA·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을 두어 의사 인력수급을 추계하는 미국처럼 정부와 의료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게 대전협의 주장이다.
 
필수의료 현장에서 과로가 일상화된 현실을 들어 우회적으로 억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저는 지난 3년간 응급실에서 근무하느라 명절에 부모님을 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다른 전공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전국 1만 5천여 명의 전공의들은 1년 365일,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수술실에서 우리의 젊음을 불태우며 환자분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애쓰는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불철주야 같이 일하는 전공의들의 동료로서, 잘못된 정책에 함께 분노하는 의대생들의 선배로서,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9·4 의·정 합의의 발단이 된 전공의 파업은 전체 약 80%가 집단휴진에 참여하면서 연쇄적인 의료 공백을 불렀다.

이번에도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 상급종합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소속 전공의들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 참여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협의회 차원의 대응방향은 이날 밤 9시 온라인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가 1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화면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가 1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화면
일각에서는 의협 전직 간부를 중심으로 더 과격한 발언도 나왔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며 “문제는 그 재앙적 결과가 모두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의 휴진으로 방치된 한 환자가 사망한 사례를 들어 “그런 비극들이 다시 생겨날 것”이라며, 이러한 희생은 전적으로 현 정부의 책임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마찬가지로 의협 회장을 지낸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도 이날 SNS를 통해 “이번 투쟁 대상은 복지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와 의사들을 주기자는(죽이자는)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하는 대정부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주 대표는 앞서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문 사진을 게시하며 “(윤 정부가) 의사 알기를 정부 노예로 안다”며 “혹독한 수련기간 5년을 견딘 의사들의 오기와 끈질김을 얕잡아 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 주겠다”고 적기도 했다.
 

“툭하면 의료파업”···정부, 대화 여지 열면서도 ‘엄정대응’ 강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연휴 직후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기존의 엄정대응 기조는 고수하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19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5058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6일 발표 당일 범부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꾸린 정부는 의협 집행부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을 내린 데 이어 각 수련병원에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했다.
 
지난 8일에는 대통령실도 “(집단행동 시) 면허 취소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에 가세했다. 복지부는 현행법상 명시된 ‘일반론적 처벌체계’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필요 시 사법처리를 피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개별 병·의원과 대학병원 등의 전공의 모두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할 경우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 출석을 요구하는 한편, 이같은 집단행동을 주도한 단체·인사에 대해선 시·도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겠다는 지침을 내놨다. 출석 불응 시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의사 파업’을 놓고 “아주 소수의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단어”(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라고 정의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집단행동을 독려하거나 권유, 조장, 압박하는 것(행위)들은 다 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들이 고의로 연락을 피하면 업무개시명령의 법적 효력이 무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블랙아웃’으로 전화기를 꺼놔도 (일단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면 송달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자가 전송된 이후에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불복’으로 간주해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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