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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를 할 수 있는 건 토스가 올라온 덕분이다. 토스가 올라왔다는 건 거기까지 연결해준 리시브가 있었다는 것이다.” ─ 일본 배구 만화 ‘하이큐’
배구에서 랠리는 기본적으로 서브 → 리시브 → 세트(토스) → 공격 → (블로킹, 디그…) → 득점으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에서 그런 것처럼 배구에서도 득점력이 좋은 선수가 가장 주목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프로배구 기사에 ‘양 팀을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 같은 표현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반면 ‘가장 세트가 많았던’ 혹은 ‘가장 상대 서브를 많이 받은’ 같은 표현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세트가 많았던’에 해당하는 선수는 어차피 양 팀 세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상대 서브를 많이 받은 선수’가 가장 과소 평가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상대 서브를 받고 있는 흥국생명 레이나.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4/02/15/123537834.1.jpg)
올스타전 휴식기가 끝난 뒤 14일까지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상대 서브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는 정관장 지아(26·미국·150개)입니다.
다만 리시브 점유율은 지아(42.1%)보다 상대 서브를 142번(2위) 받은 흥국생명 레이나(25·일본·54.4%)가 더 높습니다.
5라운드 들어 리시브 점유율이 50% 이상인 그러니까 상대 서브를 절반 이상 받아낸 여자부 선수는 레이나뿐입니다.
레이나는 4라운드까지 14.5%였던 공격 점유율도 5라운드 들어 27.7%까지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레이나는 5라운드 들어 치른 네 경기에서 공격을 139번 시도했습니다.
오퍼짓 스파이커로 상대 서브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같은 팀 윌로우(26·미국·141번)도 레이나보다 공격을 두 번 더 시도했을 뿐입니다.
![흥국생명만 톱 7에 두 명.](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4/02/15/123537835.1.png)
레이나의 서브 리시브 점유율과 공격 점유율을 합치면 82.1%가 나옵니다.
5라운드 들어 여자부에서 이 두 점유율을 합쳐 이보다 높은 기록을 남긴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에는 레이나가 여자부에서 ‘가장 바쁜’ 선수인 셈입니다.
물론 그저 바쁘기만 하다고 팀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레이나는 5라운드 들어 공격 효율 0.388을 기록하면서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29·미국·0.416)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리시브 효율 25.3%는 좋은 기록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12일 경기 3세트 장면. KBSN 중계화면 캡처](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4/02/15/123537836.1.gif)
이 GIF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리시브가 정확하지 못해도 자신이 해결하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레이나는 이 기간 리시브 후에 바로 공격했을 때 효율 0.480을 남겼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공격을 15번 이상 시도한 선수 가운데 레이나보다 공격 효율이 좋은 건 지아(0.480) 한 명뿐입니다.
레이나는 1~4라운드 때는 같은 상황에서 공격 효율 0.300에 그친 선수였습니다.
레이나가 이렇게 살아나면서 ‘배구 여제’ 김연경(36)의 어깨가 가벼워졌습니다.
김연경은 1~4라운드 때는 리시브를 받았을 때 6번 중 1번은 본인이 공격까지 책임져야 했지만 5라운드 들어서는 17번 중 한 번으로 부담이 줄었습니다.
![흥국생명 레이나와 아본단자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4/02/15/123537840.1.jpg)
아본단자 흥국생명은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레이나는 팀을 앞에 놓고 자신을 뒤에 놓는 선수”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김연경을 비롯해 팀원이 믿고 기다려줬기에 레이나도 기량을 꽃피울 수 있었을 겁니다.
김연경을 ‘착한 언니’라고 표현하는 레이나는 “배구를 할 때는 잘하면 칭찬해주고, 실수는 할 때도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고 말해줘서 도움이 된다. 코트 바깥에서도 선수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게 많이 도와준다”며 고마워했습니다.
‘하이큐’에서 다나카 류노스케(田中龍之介)는 첫 연습 경기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후배 히나타 쇼요(日向翔陽)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못 해도 돼! 민폐 팍팍 끼쳐! 그런 걸 덮어주려고 팀이 있고 선배가 있는 거다!”
그리고 선배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본인부터 일단 ‘예쁜 후배’가 되어야 합니다.
![페인트 공격을 시도한 뒤 주문을 외우는 흥국생명 레이나. KBSN 중계화면 캡처](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4/02/15/123538140.1.gif)
상대 팀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보다 이틀을 더 쉰 상황.
이럴 때일수록 코트 위에서 더욱 바쁘게 뛰는 후배가 있을 때 선배들도 힘을 내게 마련입니다.
거꾸로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물리치려면 레이나를 흔드는 게 중요합니다.
과연 레이나가 또 한 번 승리를 안기는 ‘승리 요정’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IBK기업은행이 드디어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게 될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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