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런 꼴찌, 눈 녹기 전 2차런 달려 행운의 우승|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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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 월드컵 남자 회전 참가한 율

2차런때 기온 높아 후반주자 불리

30위가 1위 올라 최다순위 역전

다니엘 율이 4일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2023∼2024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남자 회전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기뻐하고 있다. 율은 이날 FIS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1차 시기를 최하위(30위)로 통과한 뒤 우승하는 기록을 남겼다.
국제스키연맹(FIS) 제공

다니엘 율(31·스위스)은 4일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2023∼2024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대회 남자 회전 1차 시기를 마친 뒤 ‘2차 시기 진출 실패다. 짐을 싸야겠다’고 생각했다. 율의 기록은 49초02로 자기보다 먼저 1차 시기에 나선 4명의 평균 기록(47초68)보다 1초 이상 늦었다. 율은 결국 참가 선수 68명 중 30위를 하면서 ‘턱걸이로’ 2차 시기 진출권을 따냈다. 율은 ‘오늘은 운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율의 2차 시기 기록은 47초22였다. 기록을 확인한 율은 아쉬움에 소리를 질렀다. 1차 시기에 같은 기록을 남겼다면 2위를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율의 1, 2차 시기 합계 기록 1분36초24는 당시 1위였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1차 시기를 최하위로 통과한 바람에 2차 시기에 가장 먼저 나섰기 때문이었다. 율은 ‘이제 순위가 밀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머지 29명이 모두 2차 시기를 마친 뒤에도 율보다 기록이 좋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율은 FIS 알파인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1차 시기를 최하위로 통과한 뒤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여자부에도 이런 기록을 남긴 선수는 없다.

율이 역사를 쓸 수 있도록 도운 건 ‘따뜻한 날씨’였다. 샤모니는 이날 영상 10도까지 올랐다. 그러자 눈이 녹기 시작했고 2차 시기 후반부로 갈수록 설질(雪質)이 나빠져 1차 시기 기록이 좋았던 선수들이 오히려 경기에 애를 먹었다. 개인 여섯 번째 월드컵 정상을 차지한 율은 “(눈이 녹는 걸 보면서) 잘하면 10위 안에는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우승은 꿈도 꾸지 못했다”면서 “행운이 찾아온 것도 있지만 그 행운을 잡은 것은 나”라며 웃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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